오현주
Q&A
Q. 작가님을 소개해주세요.
안녕하세요. 컨테이너 박스를 소재로 작업을 하고 있는 오현주 작가입니다.
Q. 작가님의 작품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정체성입니다
컨테이너는 제가 잦은 이사와 같이 많은 물리적 이동을 하면서 느꼈던 내면의 상처에서 출발했던 작업입니다. 화물차에 실려 다니며 이리저리 치이고 긁혀진 상처로 가득한 사물인 컨테이너에 제 자신을 투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내면의 상처를 표현하는 매개체일 뿐 아니라 제 정체성을 표현하는 작업입니다.
Q. 어디에서 영감을 얻고 어떤 식으로 작품을 만드시나요?
현재 작업같은 경우에는 10년 넘게 머물렀던 부산이라는 도시가 바닷가와 항구가 인접해있어서 부두에서 수도권 지역으로 향하는 컨테이너 화물차를 흔히 접할 수 있었는데 그때 보였던 시각적인 이미지에 반해서 작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평소에는 일상에서 흔히 보이는 사용감이 많이 느껴지는 소재에 항상 눈길이 가는 편입니다. 녹이 슬고, 흘러내리고, 혹은 누군가에게 버려져서 그 자체로 자연의 일부가 되어버린 사물들이 매력적으로 느껴지더라고요. 그누구도 주목하지 않는 우리 일상 속의 작은 존재들을 특별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작품에 등장시킬 때 나만의 작품 세계가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Q. 주로 사용하시는 표현 방법과 스타일은 무엇이고,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주로 아크릴을 주재료로 작업을 하고 있고 한 화면 안에서도 효과적인 표현을 위해서 콜라주나 판화 기법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특히 컨테이너 박스의 낡은 느낌을 표현하기 위해서 채도와 명도를 낮게 하고, 페인트 칠이 벗겨진 느낌을 내기 위해 채색을 한 후에 그 위에 사포질을 하기도 합니다. 컨테이너의 로고나 스티커 같이 정밀함을 요하는 과정에서 콜라주나 스탠실 기법을 이용해서 실제적인 느낌을 줍니다. 이렇게 다양한 기법을 사용하는 이유는 저는 작품을 할 때 ‘그려낸다’는 표현보다는 ‘만든다’는 느낌으로 임하기 때문에 작품을 할 때의 스트로크나 기법을 선택함에 있어서 자유로운 것 같습니다. 하나의 이미 지를 만들 때 반드시 붓으로만 그려야 한다는 생각에서 일단 벗어나야 작업을할때 다양한 시각적 이미지가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그 점에서 저는 작업 흥미를 느끼고 있습니다.
Q. 지금까지 해오신 작품들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어떤 건가요?
Dep.-Dep. 연작 시리즈입니다. 저는 새로운 장소를 갈때마다, 그곳이 도착지(arr.)라는 생각보다는 새로운 출발지(dep.)라고 느껴졌습니다. 도착이라는 무엇인가 종결되어버린 정적인 이미지보단, 적당한 긴장감과 자극에서 오는 동적인 에너지에 압도 당했기에 그런 것 같습니다. 작품에 들어가는 글자는 실제로 이사를 다녔던 지역들의 경도와 위도입니다. 그전까지는 물리적 이동을 하면서 과연 정서적 이동도 함께 따라왔는지 항상 의문을 갖고 있었는데, 이 연작을 하면서 그러한 물음에 집중하며 나름대로 해답을 내렸기 때문에 기억에 가장 남습니다.
Q. 작품을 통해서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있나요?
저는 이동을 필수불가결한 것으로 바라봅니다. 삶은 이동의 연속이고 이동 없이는 저의 자아를 설명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새로움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여러 시행착오를 겪으며 점점 컨테이너처럼 단단하고 묵직한 정신을 가지게 됐기 때문입니다. 또한 한 집단에서 이방인이 되는 경험을 여러 번 겪을 때 우리는 개인적 자아와 사회적 존재로서의 자아 사이의 충돌을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컨테이너는 내면의 상처를 표현하는 매개체 일뿐만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 즉 정체성을 표현하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래서 제 작품을 보며 새로운 장소나 집단으로 옮기는 경험이 인생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생각하는 시간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Q. 창작 활동을 하면서 가장 뿌듯했던 적은 언제였나요?
작업으로 저를 기억해줄때 가장 기분이 좋은 거 같습니다. 특히 도로에 컨테이너 화물차를 보면 항상 제가 제일 먼저 생각난다고 하는데 그럴때마다 뿌듯합니다.
Q. 슬럼프를 겪으신 적이 있었는지, 있었다면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슬럼프가 와도 작업을 꾸준히 하는게 최선이긴 하지만 그렇게 하다보니 번아웃이 와서 쉽게 지치더라구요, 저만의 극복방법은
1. 내가 생각하는 나와 남들이 원하는 기준을 비교하지 말기2. 충분한 휴식
3. 나만의 작업 루틴 만들기
이렇게 정해놓고 지키려고 하면 어느새 작업이 다시 재밌게 느껴졌던 거 같아요.
Q. 작업을 하실 때 작가님만의 루틴이 있나요?
작업을 할때는 커피를 필수로 준비하고,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좋아하는 플레이 리스트를 틀어두고 작업을 시작하는거 같아요. 생각이 많은 편이라서 준비과정이 간소해야 작업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더라고요. 한번 작업할 때 집중력이 끊기지 않게 작업에 최적화된 환경을 만들고 시작하는 거 같아요.
Q. 작품활동 외에 취미활동이 있으신가요?
인디음악을 좋아해서 인디가수 공연을 보러 다니면서 힐링합니다. 영화나 음악을 감상하고 다른 사람의 감상평을 구경하는 것도 좋아합니다. 직접 리뷰를 남기는건 아직 부끄럽지만 다른 사람들의 감상을 보며 제가 느낀 감정을 공유하는 것 자체가 즐겁습니다.
Q. 작가님의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2023년은 제 작업을 알리기 위한 여러 노력을 하려고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작업을 좀 더 다양화시키고 지금보다 작업량을 늘려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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