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득
Q&A
Q. 작가님을 소개해주세요.
안녕하세요. 자연 공간을 표현하는 작가 조원득입니다.
Q. 작가님의 작품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제 입맛대로 구성되는 새로운 공간이자 조용하고 안락하게 쉴 수 있는 안식처와 같은 공간입니다.
저는 존재하는 자연을 관찰하고 이를 토대로 작업을 이어가는데, 거대한 ‘산’이라는 공간을 관찰, 해체하는 과정을 거쳐서 캔버스에 표현합니다. 작업을 이어가는 긴 시간 동안 저와 캔버스 사이에 조용하고 독립적인 시공간을 가집니다.
Q. 어디에서 영감을 얻고 어떤 식으로 작품을 만드시나요?
가장 근처의 공간에서 작업에 대한 영감을 얻습니다. 저의 고향은 작품들이 보여주는 것과 비슷한 산골지방의 한 가운데입니다. 처음 작업의 연구를 시작할 때 매일 매일 관찰이 가능한 것들을 모색하다 발견한 소재였습니다. 가장 면밀하게 관찰하고 가장 생생하게 표현이 가능한 소재를 찾는 것이 목적을 두었습니다. 그리고 점차 확장되어 자연 공간의 생동감을 최대한 캔버스 안으로 데리고 오는 것이 현재 작업 연구의 목표입니다.
작업 과정은 우선 제가 눈으로 먼저 공간을 읽고 관찰하는 것이 첫 번째 과정입니다. 두 번째는 공간을 미니멀화 하고 분석 및 해석하는 과정입니다. 마지막으로 분할된 공간에 선으로 한 줄씩 쌓아 다시금 비워진 공간을 채워갑니다.
Q. 주로 사용하시는 표현 방법과 스타일은 무엇이고,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제 작품에 가장 두드러지는 표현 방식은 미니멀화 되는 풍경의 인상과 그 위에 얹어지는 패턴화 된 산의 형상입니다. 세필의 붓으로 한 줄씩 그려지는 패턴의 선들은 산의 내부에 존재하는 구성물들을 표현하는 것입니다. 이 색의 선들은 개체가 되기도 하고, 능선의 줄기가 되기도 합니다. 한 줄씩 그려서 작업을 하는 이유는 산이 가지는 세밀한 명암과 그 흐름을 따라가면서 작업을 이어가기 때문에 색의 그라데이션과 다양한 요소들을 그때 그때 확인하면서 작업을 하기에 별도의 자동적이거나 기계적 방식을 사용하지 않고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패턴들은 동양적인 요소들을 품고 있는데 위 형상들은 전통적 단청의 문양등에 바탕을 두고 연구하고 있습니다. 동양의 전통적 미술은 자연의 형상을 간략화 하거나 상징화하는 문양들이 다양하게 있는데 제 작업의 시점과 비슷한 부분이 상당수 있다 생각합니다.
Q. 지금까지 해오신 작품들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어떤 건가요?
하나의 작품이라면 [신록예찬(新綠禮讚)] 타이틀의 작품이었습니다. 우선 제가 지금까지 진행한 작품중에서 단일 크기로써 가장 큰 작품이라 인상이 깊은 편입니다. 그리고 크기만 할 뿐만 아니라 본 작품을 작업하면서 지금 이어가고 있는 시리즈의 연구방향과 지금 어떠한 공부가 필요한지 느끼게 되어서, 인 것 같습니다. 위 작품 작업 당시 가장 중점에 두었던 부분은 시점의 변화와 색의 연구 두 가지 부분이었습니다. 지금까지의 작품들은 정면으로 시점을 두어 산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작품들이 주를 이루었습니다. ‘신록예찬’은 부감법(俯瞰法)으로 제작된 작품으로 시점의 확장을 시도한 작품입니다. 그리도 두 번째 부분 색에 대한 부분은 ‘한정된 부분에서 어디까지 표현이 가능할까?’하는 부분입니다. 자연의 색은 단조로우면서 하나인 듯 하지만 그 속에 각자 다른 색을 보여주는 오묘한 부분이 있습니다. 그래서 주어진 부분에서 색을 어디까지 읽어내고 표현해 낼 수 있는지 궁금했고, 더 확장하고자 했습니다. 이 작품은 ‘초록’이라는 정말 익숙하고 단순한 색에 대한 호기심으로 이어졌습니다.
다음으로 [초록別색]의 시리즈 작품들입니다.
작품을 제작할 당시에 작품을 제작할 당시 느꼈던 감각,감정,생각들 혹은 처음 자연 풍경을 읽어낼 때 기억에 남았던 인상등의 부분을 작품 타이틀로 승화시키는 편입니다. 위 시리즈는 제 작가 생활중 첫 시리즈 작품들입니다. 본 작품들 사이에 유일한 공통점이라 부를 수 있는 부분은 위 ‘신록예찬’작품 제작 당시부터 시작했던 ‘초록’에 대한 관심과 연구입니다. 색은 정말 단순한 부분이지만 그러므로 인해 그 깊이는 끝이 없다 생각합니다. 본 시리즈 타이틀은 초록동색(草綠同色)의 사자성어에서 시작했습니다. ‘초록색은 다 같은 색이다.’ 라는 말에 비해 저의 작품엔 다양하고 끝없이 다른 초록들이 다양하고 지금도 계속 찾아서 확장되고 있는 중이기에 ‘그 말이 맞지 않다.’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리고 조금 뒤에 이어서 할 이야기이지만 ‘산’이라는 공간에 채워지는 것과 관련된 이야기입니다. ‘우리는 멀리서 보면 다 같이 하나의 덩어리로 존재하지만, 그 안을 들여다 보면 각자 다른 이야기를 품고 있다.’라는 부분입니다. 위 시리즈는 ‘초록은 비록 다 같아 보일지도 모르지만, 그 속을 들여다 보면 하나하나 다 각자 다른 색을 빛낸다.’라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 시리즈 작품으로 지금도 이어서 작업을 이어갈 시리즈입니다.
Q. 작품에서 산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이며, 산을 통해서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있나요?
‘산’의 공간은 저에게 있어서 가장 가까운 생활의 공간이며, 동시에 끝없는 영감을 주는 마르지 않는 샘과 같은 공간입니다. 그러한 부분이 끝없는 호기심을 자아내고 그로 인하여 작업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마음을 먹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우선 ‘산’의 공간에 대한 의미를 정리하자면 개인적인 이야기와 작품을 통해 나누고자 하는 이야기 두 가지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먼저 개인적인 ‘산’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위에 먼저 언급이 되었듯이 ‘안식처’의 의미를 가집니다. 이 ‘안식처’라는 공간은 저에게 있어서는 선택이 아닌 필수적 장소였던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그렇게 활달하거나 이벤트를 즐기는 성격은 아닌 것 같습니다. 사람들과 만나고, 활동을 하고, 출퇴근도 하고 그렇게 하루를 보내면 어딘가 조용히 쉴 수 있는 장소를 항상 찾아왔습니다. 작업의 과정 또한 저에겐 무엇인가 잊고 조용히 집중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소중한 장소이지만, 그로 인해 태어난 작품의 산들 또한 저에겐 조용히 쉴 수 있는 소중한 장소가 됩니다. 그리고 두 번째 의미로 제가 산으로 나누고자 하는 이야기입니다. 저는 ‘산’을 관찰하고 자업을 하면서 하나의 특이점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제가 하는 작업의 과정이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과 닮아있다.’라는 부분입니다. 그것이 무엇이냐 하면 산은 멀리서 보면 큰 하나의 덩어리일 뿐이지만 저는 그 속에서 하나씩 하나씩 분리하고 떼어냅니다. 그리고 이를 다시금 한 줄씩 그려서 쌓아올립니다. 그리고 이는 결국 또 하나의 ‘산’의 모습을 가지게 됩니다. 사람도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요? 우리도 멀리서 보면 덩어리진 군중의 모습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속에 우리는 한 명씩 다 각자 다른 개인으로 존재합니다. 그리고 다시금 모이게 되면 또 다른 큰 군중으로 형상화가 됩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유사성을 가지고 있다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면 저는 한 줄씩 다시 하나씩 그리는데, 누군가는 미련하다 생각할 수 도 있는 과정을 이어가다 보면 저는 우리들 누구나 각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고, 저는 이러한 이야기들을 모아 엮어가는 사람과 같다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관객으로 여러분들을 만나게 된다면 각자 마음속에 품고 있는 이야기들을 작품에 비우고 가면 좋을 것 같다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어딘가에서는 하나의 부분이지만 결국 우리는 각자 하나 존재하며, 비슷하거나 같지 않은 단 한 명의 사람이라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습니다.
Q. 창작 활동을 하면서 가장 뿌듯했던 적은 언제였나요?
전시장에 방문해 주신 분들께서 제 작품으로 인해 편안함을 찾았다는 말을 들었을 때가 가장 기뻤던 기억이 남습니다. 위에 ‘산’에 대한 의미에서도 이야기를 충분히 하였지만, 복잡하고 힘든 하루에 제 작품으로 인하여 조금이라도 마음에 여유가 생겼다면 그것이 가장 뿌듯한 기분이 듭니다.
Q. 슬럼프를 겪으신 적이 있었는지, 있었다면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개인적으로 엄청난 슬럼프를 겪은적은 아직 없는 것 같습니다.
다만 항상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는 기간까지 시간이 길게 걸리는 작품의 특성상 작품의 제작기간동안 끊임없이 드는 의문점들을 접어두고 묵묵히 작업을 이어가야 하는데, 중간 중간 작품에 대한 확신이 없어지거나 흔들리면 이를 해결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저는 오히려 이것을 해야만 한다거나 무조건 성공해야 한다는 부담을 생각하지 않으려 하는 것 같아요. 한 번씩 하나의 작품에 긴 시간을 들이기 때문에 이 작품이 생각만큼 좋게 나오지 않거나 하면 피해가 클 것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실패에 대한 생각이나 성공에 대한 부담보다는 지금 당장 이 작업에 대한 재미만 생각을 하면서 묵묵히 끝을 보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Q. 앞으로의 작업 방향은 어떻게 되시나요?
사실 지금까지 작업의 방향과 크게 다른 방향이 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작년부터 시작한 ‘초록’에 대한 연구를 이어가면서 색에 대한 작품 세계관을 지속적으로 확장하고자 합니다.
Q. 작업을 하실 때 작가님만의 루틴이 있나요?
음악보다는 라디오같이 사람 사는 이야기들을 듣는 걸 선호하는 편입니다. 좋아하는 음악이 흘러나오면 흥이 돋아 오히려 작업을 할 때는 방해가 되어서요.
그리고 작업이 끝나고 나면 산책에 나섭니다. 하루 동안 했는 작업을 돌아보고 내일 다시 시작할 것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져야 잠들 때 이 생각 저 생각 없이 바로 잠들 수 있어서요. 그러면 다음날 컨디션 관리도 되어서 이러한 루틴으로 하루가 돌아가는 것 같습니다.
Q. 대중들에게 어떻게 기억되길 바라시나요?
소박하더라도 진정성 있는 작가이길 희망합니다. 알지 못하는 거창하고 낯선 이야기를 하는 사람보다는 별 것이 없더라도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그런 작가이길 바랍니다. 저는 대단하거나 거창한 사람이지 못합니다. 겉으로 멋있는 척을 잔뜩 해봐야 소용없는 걸 알거든요. 아마 대단히 어설퍼서 금방 탄로가 날꺼에요. 그래서 소박한 사람으로 보일지라도 진중하게 자기 일은 하는 그런 사람으로 기억에 남고 싶습니다.
Q. 작품활동 외에 취미활동이 있으신가요?
생각을 정리할 만한 취미들을 선호하는 편입니다. 책을 읽는 편인데, 문학장르를 제외한 여러종류의 책을 상관없이 읽는 편입니다. 아, 전공 관련 서적도 읽기는 하지만 생각이 하나로 매몰되는 걸 선호하지 않아서 되도록 비 전공 장르 서적들을 선호하는 편입니다. 그리고 산책을 즐기는 편입니다. 정처없이 걷다보면 주위에 펼쳐진 풍경들과 그날의 날씨가 결합되어 매일매일이 새로운 풍경인 것 같아 즐겁습니다.
Q. 작가님의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올 한 해는 몇 번의 전시로 인사드릴 계획이라 부지런히 작업을 준비중에 있습니다. 그리고 앞서 이야기한 제 작업에 대한 이야기를 변하지 않고 확장해가면서 길게 작업을 할 수 있도록 하려 합니다. 또한 작품적인 부분에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도록 많은 작업들로 인사드리겠습니다. 긴 이야기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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